- 정체된 고양시 문화관광산업
고양시는 민선 5기 들어 문화문광산업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수도권과밀화억제구역,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의 제한으로 제조업이 발달하기 힘든 고양시의 현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적절한 판단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기 투자된 인프라와 그것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불균형에 따른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첫번째 문제는 도시 정체성의 문제이다. 짧으시간 갑작스럽게으로 조성된 도시 공간구조로 인하여 희미해진 지역색과 주거중심으로 계획된 침상도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강력한 문화관광산업을 보유한 대도시 “서울”과 차별화되지 못함으로 인해 비교열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다.

두번째 문제는 국내 최대의 전시장 “킨텍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소비가 고양시 문화관광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다. 즉 전시참가자들에게 고양시에서 머물며 시간을 소비할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치 못한다는 것이다.

세번째 문제는 최고의 공연시설 “아람누리”,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 “호수공원”, MBC SBS 등의 방송국과 기타 방송영상인프라, 국내 최대 규모의 꽃축제인 “고양국제꽃박람회” 등 우수한 문화산업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산업도시란 이미지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고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관광산업 육성이 “극장 안의 문화관광산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기적으로 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매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문화관광산업의 시각에서의 공공디자인을 제안하는 바이다.

- 왜 공공디자인이 필요한 것인가?
2012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디자인”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몸에 걸치는 옷이나 신발 부터 시작해서 핸드폰, 컴퓨터 등의 전자기기 하다못해 버스를 타기 위한 교통카드에 이르기까지 모두 질 좋은 “디자인”의 산물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개개인은 모든 사적인 공간에서 디자인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질 좋은 “디자인”에 익숙한 개인이 공적인 공간으로 나왔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적인 공간에서는 마음껏 디자인을 선택하고 심미적 만족에 익숙하던 개인들이 공적인 공간에서는 좋든 싫든 개인의 선택과 무관한 공공디자인을 접하게 된다. 예쁘게 집을 꾸몄지만 정작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거리에 자신의 집이 위치했다든지, 멋지고 세련된 자동차를 구입했지만 촌스럽고 보기 싫은 번호판을 달아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개인은 불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제품의 선택과 만족도에 디자인이 큰 영향을 미치듯이 그것이 도시에도 그대로 적용 된다는 것이다. 도시의 거리는 개성을 나타내는 그 도시의 얼굴이며, 문화수준의 척도이다. 머물고 싶은 도시와 머물고 싶지 않은 도시는 그 도시의 공공디자인이 큰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공공디자인을 통해 고양시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던 프랑스의 리옹과 일본의 요코하마가 문화관광산업의 선두주자가 된 사례를 통해 고양시의 지향점을 살펴본다.

- 밤을 디자인하여 마이스산업을 정착시킨 리용

리옹은 현재의 고양시가 가지고있는 고민과 유사한 처지의 도시였다. 리옹국제컨벤션센터와 리옹국제공항 등 랜드마크 성격의 현대적인 건축물을 통해 관광‧컨벤션 도시로 거듭나기를 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열악한 교통사정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고속철도(TGV)의 발달로 숙박객을 파리에 빼앗기고 있었다. 관광산업에 있어 숙박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이는 통과지역에 비해 숙박지역에서의 관광객의 지출이 6배에 달한다는 통계수치에 기인한 것이다.

현재 이렇다한 숙박시설과 관광객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부족하여 서울로 숙박객을 빼앗기고있는 고양시와 매우 유사한 현실이었다. 리옹시가 선택한 해결책은 밤을 매력적으로 디자인 하는 일, 즉 야경사업이었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5년간 계획되었던 조명계획은 괄목할만한 성과로 인해 이후로도 지금까지 계속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150여개의 주목할 만한 조명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성과는 리옹의 이미지를 아름다운 인상으로 점차 바뀌게 하였으며,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기에 이르렀다. 또 당시 시장의 업적 중 가장 잘한 사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98%의 시민이 도시조명사업이라 응답하는 경이적인 수치를 보이며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시민생활의 질과 산업 등 관련분양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 리옹”이라는 캐치프라이즈로 관광산업과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던 조명을 통한 공공디자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리옹의 위상과 관련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도시가 매력을 갖게되자 정체되었던 컨벤션산업도 활기를 띄었으며, 조명사업의 노하우를 통해 지역 조명산업체와 공동으로 조명기구를 개발하고 수출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였다. 해외유명 시설물에 대한 조명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진행하였으며 2002년 루씨(LUCI : 국제조명도시공동체)를 창설하고 대표도시로 그역할을 수행하며, 조명을 통한 국제적 변화 모색의 취지를 설파하고 있다. 또한 현재 리옹의 가장 큰 축제인 “빛의 축제”를 통하여 관광비수기였던 겨울에 도시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관광콘텐츠로 창조해 내기도 하였다.

이처럼 리옹의 조명사업을 통한 공공디자인 사례는 도시의 가장 큰 약점을 극복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지역경제, 도시경쟁력을 창조해낸 훌륭한 사례이며 나아가 그 도시의 문화를 고양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는 “좋은” 공공디자인이 곧 국부를 창출하기도 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특히 킨텍스의 파급효과를 놓치고 있는 고양시에서는 주목해 보아야할 사례임이 틀림 없을 것이다. 낯의 꽃과 밤의 빛을 통한 공공디자인을 통해 머물고 싶은 도시, 찾아가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은 어떨까?

- 시민과 함께 만들어간 공공디자인의 도시 요코하마

공공디자인에 있어 요코하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시민 협의에 의한 창조적인 경관유도 정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코하마의 사례를 살피기 전에 서울시의 공공디자인 정책을 먼저 살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공공디자인에 있어 공감대형성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전통의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추진하였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들은 다수의 전문가들로부터 의문을 사게되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공디자인의 핵심은 “공존”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일련의 사업들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현황조사 분석과 공청회, 시민여론조사 등을 거쳐 체계적이었는지 의아할 뿐만 아니라 외국사례를 무분별하게 이식해 독창성, 역사성,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어놓고 있다. 심지어는 미관사업, 정비사업과 공공디자인을 혼동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러한 서울시의 일방적인 외관위주의 공공디자인과는 그 궤를 달리한 사례가 요코하마라 할 수 있겠다. 도쿄의 위성도시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요코하마는 도쿄와는 다른 독자성과 자립성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매력있는 도시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1971년 전문가(도시디자이너)를 배치한 조직을 설치하고 뉴타운 건설사업, 고속철도(지하철)건설산업, 교량건설사업 등과 같이 국가, 공단, 시 등 다양한 공공단체에 의한 기반시설 정비를 공공디자인적인 관점에서 진행 하고 있다. 민간영역에 있어서도 다양한 디자인 규제유도 시스템을 운용하여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경관 만들기에 주력한 요코하마는 다음의 7개 활동 이념을 내세웠다.

1.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공간을 확보한다.
2. 지역의 지형 및 식생 등 자연적 특성을 소중히 생각한다.
3.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소중히 생각한다.
4. 오픈스페이스 및 그린(Green)을 풍부하게 만든다.
5. 바다, 강 등 수변공간을 소중히 생각한다.
6.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증가시킨다.
7. 형태적,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본다면, 가장먼저 도시디자인팀이 접근한 칸나이 지구는 2차 세계대전의 대공습에 의해 막대한 타격을 받은 후, 10년 이상 미군에 의해 사용된 결과 활력을 잃은 지구였다. 이 칸나이 지구의 재구축 때는 각부서 및 민간과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과 협의를 통하여 산책로와 광장을 충분히 확보한 후 가이드라인에 따라 건축물의 벽면색채 및 옥외광고물 규제 등 개성있고 창조적인 도시 디자인의 기틀을 닦았다. 이러한 도시디자인팀의 성과에 자극을 받은 지역의 상점가와 시민단체, 요코하마시의 다른 부서 등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요청받게 되었고, 결국 같이 협력하고 일하고 싶은 상대들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더 많은 공공디자인 프로젝트가 발생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성과가 시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을 증가시키면서 Bottom Up 형태의 공공디자인을 유도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도시디자인팀의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각 지구의 상점가 조직과 “거리만들기 협정(신사협정)”을 체결하고 창조적인 협의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경관유도에 있어 강제적인 규정에 의한 획일적 심사가 아닌 사업자와 설계자가 시 당국과 함께 유연하게 논의하고 창조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다른도시와는 다른 요코하마만의 큰 특징이다. 2004년 일본정부의 경관법이 제정 된 이후에도 요코하마만의 독특한 방법인 “협의에 의한 창조적 유도시스템”을 합쳐 2006년 새로운 경관제도(조례)를 수립했다. 이러한 성과가 지금 매년 4,000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찾는 매력있는 디자인 명품도시 요코하마를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 고양시 문화관광산업과 공공디자인
고양시는 많은 제약과 함께 많은 가능성을 가진 도시이다. 문화관광산업도시로서 고양시는 호텔, 원마운드, 한류월드, 차이나타운 등 많은 인프라들이 건설 중에 있으며 머지않아 수도권 그 어느 도시보다 풍부한 문화관광산업자원을 가진 도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고양시를 찾게 하고 머물게 하는 것은 고양시의 문화정체성과 브랜드 가치에 있을 것이다. 이를 공고히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잘 기획 된” 공공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우수한 공공디자인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리옹과 같이 도시조명사업으로 관광객들을 고양시에 붙잡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요코하마처럼 시민 혹은 민간 기업을 공공디자인에 적극 참여시켜 독특하고 개성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역, 즉 고양시만의 “특성”에 맞는 정책이다. 리옹의 사례도, 요코하마의 사례도 그 도시가 처해있던 상황과 그 도시의 특성에 가장 잘 맞는 공공디자인 방향을 설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예산을 동원하여 공공시설물 등을 싹 교체하는 방식의 조경사업보다는 도시의 특성을 파악하고, 도시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디자인 전문가를 내부에 둔 전문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조직을 통해 현재 고양시의 당면문제를 파악하고 전략적인 공공디자인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전문가를 통한 시청 각부서 및 민간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공감대 형성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문화관광산업을 위한 독창성이다. 타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고양시만의 특색과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해 고양시 방문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유니크한 경관을 만들어가야 고양시의 공공디자인은 지속적인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리옹의 조명을 통한 야경디자인은 숙박지로서 매력이 떨어지는 고양시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매력적인 도시엔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고양시만의 매력을 만드는 일, 고양시에 잘 맞는 옷을 입히는 공공디자인은 더 많은 고민과 더 많은 시도와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정책기획부 손병수>

- 참조문헌 : “도시 공공디자인의 해외 성공사례”, 2007. 10. 건국대학교 정강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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