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억울하지만 남은 선수들 경기 위해 제소 포기 결정

[지뉴스데일리=박귀성 기자] 레슬링 김현우가 오심 제소를 포기했다. 금메달 유망주 김현우는 심판의 오심에 의해 올림픽 금메달 2연패가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즉각 제소할 뜻을 밝혔으나 곧 포기하고 말았다. 이로써 김현우는 레슬링 2연패의 꿈을 피눈물로 접어야 했다.

한국의 레슬링 간판스타 김현우(28세, 삼성생명)는 14일(현지 시각)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15리우올림픽 8일째 남자 그레코로만형 75kg급 16강전에 출전해 같은 체급의 라이벌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를 맞아 선전했지만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5-7로 통한의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현우는 경기에 들어서면서 블라소프의 힘빼기 작전을 구사했다. 큰 힘을 들여 공격하기 보다는 상대의 공격을 가볍게 방어하면서 힘을 비축해뒀다. 경기 후반에 축적된 막강한 힘으로 대역전극을 연출한다는 작전으로 임한 듯 보였다.

김현우는 때문에 2회전 막판까지 3-6으로 지고 있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블라소프의 공격에 대해 방어로 일관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됐다. 김현우는 종료 3초 전 혼신의 힘을 모아 블라소프를 번쩍 들었고, 회심의 가로들기 기술로 블라소프를 매트에 뒤집어 꽂아버렸다. 깔끔한 기술의 성공으로 3점 이상 점수가 주어져야할 상황이었다. 블라소프는 배와 팔이 완전히 하늘을 향했던 상태에서 힘없이 매트에 내동댕이쳐졌다.

김현우의 들어매치기 기술은 흠잡을 곳이라곤 전혀 없었기에 심판이 제대로 판장했다면 4점짜리다. 못 줘도 3점은 줘야 했다. 김현우와 블라소프가 3-6 상황에서 3점만 줬어도 6-6동점으로써 연장전으로 들어간다. 힘은 충분히 축적해 놨다. 반면 블라소프는 연속 공격으로 일관했기에 기진맥진한 상태다.

4점을 받았다면 김현우는 7-6 역전승을 거둘 상황에서 심판은 4점이 아닌 2점을 선언했다. 명백한 오심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김현우보다 더 격분한 사람은 안한봉 감독이었다. 안한봉 감독은 즉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중계를 하고 있던 각 방송사들은 일제히 김현우와 블라소프의 경기를 몇 번이고 느린화면으로 재생했다. 명백하게 완전한 기술이 성공한 것이다.

안한봉 감독이 강력하게 항의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심판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안한봉 감독에게 벌점을 부과하면서 블라소프에게 1점을 가산해줬다. 안한봉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심판진에게 읍소했지만 이마저 경고를 받게 되자 즉각 제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단 법률 담당 임원인 제프리 존스 국제변호사 역시 “제소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한봉 감독과 김현우는 제소의 뜻을 접었다. 제소를 포기한 것이다. 사실상 세계레슬링연맹(UWW) 제소는 보통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경기를 앞두고 있는 남은 선수들을 생각해야 한다. 시쳇말로 ‘괘씸죄’에 걸리면 남은 선수들의 경기에 악영향이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김현우 편파 판정에 대해 제소 여부를 놓고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박치호 코치는 이날 최종삼 대표팀 총 감독과 안한봉 감독, 존스 변호사 등과 함께 상의한 내용을 취재진에게 전했다. 제소해봐야 결과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남은 선수들의 경기에 피해가 갈까 봐 제소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박치호 코치는 또한 “레슬링 심판진 40명 가운데 25명이 구(舊) 소련 출신이다”라면서 “때문에 제소를 하게 되면 조지아 출신인 심판만 징계를 받고 마는데,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한국 대표팀은 59kg급에 이정백(30세, 삼성생명)과 김현우가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66kg급에선 류한수(28세, 삼성생명)가 금메달에 도전하고, 또한 자유형 57kg급에 윤준식(25세, 삼성생명)과 86kg급 김관욱(26세, 삼성생명)도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박치호 코치는 그러면서 김현우의 기술에 대해 “경기장에서 세계 각 나라 선수와 지도자들이 모두 4점짜리 기술이었다고 하더라. 일본인 심판 부위원장도 4점이라고 했다”면서 “사실 매트에 손이 닿았는지 여부는 관계가 없다. 레슬링에서 기술을 썼을 때 상대의 머리와 양 팔과 다리 중에서 3개만 하늘을 향하면 4점으로 치는데 블라소프는 여기에 완벽하게 해당됐다”고 격분했다.

김현우는 왜 제소를 포기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레슬링에서는 러시아의 막강한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세계레슬링연맹(UWW)에는 세르비아 출신 네나드 라로비치 회장과 러시아 출신 실무부회장 등 러시아파들이 주축이 되어 있고, 이들이 실권을 모두 쥐고 있다.

박치호 코치는 이에 대해서도 “러시아 연맹 회장이 75kg급과 66kg급 금메달을 따려는 생각이 강하다. 레슬링은 50% 이상이 심판 판정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김현우나 류한수가 판정만 아니라면 확실한 금메달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힘이 워낙 강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상의 사실을 논리적으로 감안해보면 김현우가 제소를 통해 승부를 번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치호 코치는 이에 대해 “(제소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심판만 징계를 받기 때문에 제소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일단 제소와 관련된 이메일은 준비를 했지만 발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 김현우도 마음을 다잡고 동메달을 따겠다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지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