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기아 상태로 발견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 자매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다.

모두 잘 지내고 있지만 특히, 둘째는 사건이후 내 소중한 딸이 되었다. 처음 그 애를 조사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관계자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해 수시로 울음을 터뜨리므로 한 시간 이상 조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러 번 주의를 주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나또한 걱정이 앞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 애는 척추가 다 망가져 교정기를 착용하고 누운 채 내 앞에 나타났는데 언니가 아르바이트 나간 후 집 앞 슈퍼에서 쌀(20kg)을 사서 들고 오던 중 골다공증으로 부실해져 있던 뼈가 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 것 이었다.

나는 울음이 터지면 조사가 어려우니 절대 울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되도록이면 무조건적인 심정적 동조를 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담담하게 조사하려고 애썼다. 감정이 격해져 울음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므로 최대한 냉정하게 대처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때로는 웃겨가면서 때론 심각하게 토론하듯 두 시간 정도를 울지 않고 조사가 잘 마무리될 무렵 급속도로 친밀감을 느낀 그 아이가 “계장님도 조사가 끝나서 돌아가면 끝이죠? 이제 앞으로 제게 더 이상 관심이 없으실 거잖아요? 사람들은 다 그래요”라고 말하며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다시금 지난한 생채기가 그 아이를 공격해 오는 것 같아 몹시 가슴 아팠지만 그 말에 즉시 수긍하며, “그래, 나도 돌아가면 끝이야. 왜냐하면, 난 너무 바빠서 너한테만 신경 쓸 겨를이 없거든, 그런데 모든 건 다 네 할 탓이야, 나한테서 잊혀지지 않고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네가 계속 연락하고 잘하면 돼, 그렇게 되면 나또한 널 잊을래야 잊을 수 없게 되니까 우린 서로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되는 거지”라고 단호하게 말해 주었다.

그 순간 “아, 정말 그러면 되겠네요,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라고 말하며 환하게 미소 짓던 그 애의 해맑은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도 내게는 수시로 카톡이 날아든다. “계장님, 언제 오실거예요? 보고싶으니까 와플 사오세요” 라는 등 이것저것 끝도 없이 조잘대며 내게 중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어여쁜 내 딸, 그 애는 이제 자신이 소중해지기 위해 먼저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을 열심히 연습중이다.

퇴근 후엔 그 애가 좋아하는 플랫차노(와플 종류)를 사 들고 병원에 들러봐야겠다.

<고양경찰서 청소년계장 이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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