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후보와 안후보가 배석자 없이 후보단일화에 합의를 했다고 한다. 배석자를 두지 않고 회의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보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인데, 무슨 고위급 회담도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이는 ‘밀약의 자리’였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두 사람 간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중에 “대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라는 대목이 있다. 이에 그 중에 ‘대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서’라고 하는 것 말고는 모두가 꼼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두 후보 간에는 이미 여러 사안들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대선은 후보자들만의 리그일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되며, 그 소속 정당의 지향이 반영돼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도 일개 개인이 집합체인 정당과 연합해서 하나의 가치가 되게 하자는 데에 서로가 동의를 했다고 하니, 이는 도리어 가치도 철학도 내팽개치고 오로지 ‘정권탈환’에 모든 힘을 합쳐보자는 속내의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라는 대목에선 더욱 쓴웃음을 지울 수가 없다. 잘은 몰라도 이를 좋게 해석하자면 “새 정치의 장을 열어보자”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은 스스로가 이렇듯 국민을 우롱하는 구태스런 행태를 보이고 있으면서 그 무슨 면목으로 ‘미래’를 운운하는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실로 너무나도 뻔뻔한 노릇이지 않은가.

물론 세상사 그 모두에 있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별별 수단과 방법들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두 후보가 하자는 일은 그저 두 사람들만의 개인적인 일도 아니요, 또한 어떤 사업체를 함께 경영하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 나라 국민 모두의 내일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될 국사를 도모해보자는 것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럼에도 두 후보들은 국민을 향해서 진솔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표명하고 그에 대해서 검증을 받으려는 자세는 아예 회피하고 있다. 논리상 맞지도 않는 궤변으로 오로지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서 정권을 탈환하려는 술책만을 부리고 있는 형국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 어찌 저들에게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갈 선장으로서의 참다운 자격이 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 나라 정치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비례한다는 말도 있는 것 같던데, 과연 우리 국민은 어떠한 기준으로 어떤 후보를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세우고자 할지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선진화시민행동 대변인 이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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