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오곡백과가 풍성하여 일년 가운데 가장 넉넉한 때라는 뜻으로 ‘가배(嘉俳)’라고도 한다. 한 해 동안 고생해서 걷은 햇곡식으로 조상께 예(禮)를 다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웃 친지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정을 돈독히 하는 날이다. 또한 정성된 마음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연중 가장 분주한 날로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그 주변에는 조금이나마 일찍 장을 보려는 얌체족으로 인해 어지럽게 자동차가 주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2004년 경기 분당 다세대주택화재, 2001년 서울 홍제동 주택화재 등 수많은 화재 기타 구조구급활동에 불법 주·정차차량으로 초기대응의 시기를 놓쳐 더 큰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2009년도 구급차의 현장도착 평균시간은 8분 18초이며, 골든타임 4~6분 이내 도착율은 32.8%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소방관을 대상으로 소방차가 현장에 5분 이내에 도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64%가 ‘일반차량들이 비켜주지 않아서’ 또는 ‘불법 주·정차차량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재난발생시 최초 5분 이내가 초기대응에 가장 효과적이며,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시간이며, 응급환자의 경우 4분 이내가 골든타임이다. 심정지 환자의 경우에는 4분경과 후 1분마다 생존율이 7~10%씩 감소하고 10분경과 시 생존율은 5% 미만으로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소방이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소방차 통행로 확보를 위하여 숙박시설 밀집지역, 주택밀집지역, 재래시장 등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홍보를 하고 있으며, 2010년 12월 9일 ‘도로 교통법’개정에 따라 긴급 소방 차량에 대한 양보의무 위반 차량 단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보다는 양보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오늘도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양보해 주지 않는 차량들과 도로에 불법으로 주·정차된 차량들을 피해 힘겨운 싸움을 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소방차 통로확보’에 앞장서고 소방차가 도로에서 사이렌을 취명하며 도움을 요청할 때 조그만 배려로 양보해 준다면 그만큼 우리 이웃의 아픔과 불행은 줄어들을 것이다.

'소방통로확보'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통로다. 나도 언젠가 긴급한 상황에서 소방차나 구조·구급차가 도착하기를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보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은 버리자. 소방차 통행로는 시민의 생명을 살리고 재산을 지키기 위한 통로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일산소방서 대응안전팀 이영훈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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