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제가 근무하고 있는 파주시 금촌동에서는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치료받던 30대 남자가 라면을 먹다 갑자기 쓰러져 의식이 소실되어 함께있던 부인의 신고로 극적으로 생명을 살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보호자로 함께 온 부인은 만삭의 임산부로 부인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잃을 뻔한 태아의 행복도 함께 찾아주게 된 것 같아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일차적으로 구급대원의 빠른 조치와 판단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퇴근시간 시민들의 양보가 없었다면 자칫 소중한 생명을 잃을 뻔한 사건이었습니다.

통상 화재는 5분 이내 초기대응을 못할 경우 급격한 연소확대로 진압대원과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이 어려워 대형화재로 번질 우려가 크고, 응급환자의 경우 4분의 골든타임(Golden Time)이 지날 경우 1분마다 생존율이 7∼10%씩 감소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방관들이 사고를 무릅쓰면서까지 현장에 빨리 도착할려고 하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으로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나 아직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며 우리 소방관서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일반운전자에게 소방차 길터주기 캠페인 및 소방통로확보 홍보를 연중 실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작년 10월부터 도로교통법 개정 및 시행으로 긴급차량 출동 시 양보하지 않는 차량에 대하여 교통단속 CCTV나 소방차량에 부착된 카메라에 촬영된 사진을 근거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강제 조항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벌규정을 강화해서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보다는 자율적이고 지금보다 변화된 시민의식을 통하여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소방차 길터주기는 내 가족,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입니다.

<파주소방서 월롱119안전센터장 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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