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것보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

국내 산성중에서도 가장 험준하기로 정평 나 있는 북한산성 염초봉에서 백운대 구간 성벽이 최초로 밝혀졌다. 지난 5월 11일 기자는 한 번도 언론과 성곽학회에 사진으로 공개된 적이 없는 염초봉 일대 성벽 취재에 나섰다. 이곳은 천혜의 지형 때문에 그동안 연구기관에서 현황파악이 어려웠던 곳. 동행에는 북한산성문화사업단 박현욱 연구원, 북한산관리사무소 박종삼 안전관리 요원이 함께 했다.

염초봉, 백운대 구간은 깎아지른 암벽으로 북한산성에서 가장 험준한 구간이다. 산등성이 곳곳에는 북한산관리소 직원들이 배치돼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부상 또는 사망사고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일행은 오전 10시, 상운사 계곡부터 산행을 시작됐다. 계곡에는 어디서 굴려 왔는지 돌절구가 반 정도 물속에 잠겨 있으며 여기저기에는 건물터가 남아 있다. 상운사에는 석불, 석탑, 오래 묵은 향나무 등이 있어 천년고찰로도 손색없다.

북문을 지나면 북산산성 성벽 중에서 백미로 꼽을 수 있는 구간을 볼 수 있다. 성 외벽은 다르지 않지만 내벽은 산등성이 폭이 좁아 산사태 등 취약점 보강을 위해 성벽을 튼튼하게 축조했는데 마치 거대한 돌탑을 연상케 한다. 성벽 높이가 10m, 상단 폭은 5.5m, 하단은 15m가 넘는다. 성벽아래서 보면 어느 건축가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같이 부드럽게 곡선을 이뤄 쌓았다.

염초봉 초입부터 암벽에는 낮은 성벽이 쌓여 있고. 접근이 쉬운 지형에는 성벽도 높아지면서 여장과 총안도 잘 보존돼 있다. 성 안쪽에는 2단으로 된 보축성벽도 보인다.

여기서부터 산행은 등산용 로프에 의지해야 된다. 1차 길목을 통과하면 길이 10m, 높이 1m 정도의 성벽이 절벽위에 쌓여 있다. 이곳에서는 북문과 서쪽이 한눈에 조망된다.

네발로 기어서 암벽을 오르다보면 반 정도 치석된 성벽이 곳곳에 쌓여 있다. 2차 암벽을 통과하면 하강코스, 염초봉 정상에서도 또다시 하강절벽이 있다. 정상에는 제단터가 있은데 알터라고 부르는 인위적으로 파놓은 웅덩이가 있고, 배수로도 있다. 이곳에서 백운대, 북장대, 남장대 등 성내부가 훤하게 들어온다.

염초봉 정상에서 30m 정도는 성벽을 쌓지 않았다. 암봉이 자연 성벽이 됐다. 정상바로아래 부터 다시 성벽이 이어지는데 좁은 평탄지에는 기와조각 널려 있다. 옛 군사들의 집터다.

이 일대 성벽 기단은 축성당시의 것인데 불에 그을린 자국이 더러 보인다. 성벽 중간부터는 두께가 엷은 돌들이 허술하게 포개져 있는 것을 볼 때 어느 시기에 화재가 난후 붕괴된 성벽을 보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파랑새 능선 까지는 깊지 않는 계곡이 두 곳이 있는데 계곡외벽은 대서문 주변의 석재처럼 크고 반듯한 성벽이 일부구간 쌓여 있다. 내벽은 작은 돌로 단을 두고 내려가면서 보축했다. 성벽은 파랑새바위에서 끝난다. 염초봉에서 파랑새 능선까지는 약 500m 정도의 성벽이 현존하고 있다. 백운대까지는 암봉이라 성벽을 쌓을 공간이 없는 지형이다.

또다시 암벽을 타야만 백운대를 갈 수 있는데 안내자인 공단직원은 지친 표정이다. 때마침 고려대산악부출신 김재섭 산악전문가 일행이 북한산 종주도중에 운 좋게도 여기서 만나게 됐다. 공단직원과 김대장은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이, 대장의 도움으로 일행은 백운대까지 난생처음 밧줄에 매달려 정상을 정복했다. 북한산성문화사업팀 박현욱 연구원의 모험도 대단했다. 암벽을 오르내리면서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언제 이런 기회가 또다시 있을까하면서 일행은 염초봉에서 백운대 정상까지 올랐다.

박현욱 연구원은 “북한산성 성벽이 암봉 정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쌓여 있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성벽길이가 훨씬 길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그는 “계곡 깊이에 따라 성벽이 견고하게 쌓여 졌으며, 내벽에는 보축성벽이 3~7단까지 축조된 사실도 밝혔다. 특히 능선따라 온축, 반축, 반반축, 지축여장 등 다양하게 성벽의 높이가 이어졌으며, 총안이 잘 남아 있는 여장도 발견된 점에 놀랍다” 고 덧붙였다.

또한 “옛 군사들의 초소인 성랑터가 봉우리에 남아 있어 기록에 전하는 143개소의 성랑을 확인할 단초를 얻었다” 며 이번 답사는 이 구간의 성벽특징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등산코스로만 알려져 왔던 북한산이 요즘 새로운 매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축성 된지 300년이 넘은 북한산성내 계곡과 등성이에 남아 있는 옛 흔적들을 답사하는 발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부터 역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다했던 북한산성에는 백제의 옛터, 영토 확장 기념으로 세운 신라 진흥왕순수비, 위치를 알 수 없는 고려가 쌓았다는 중흥동고성, 강력한 의지로 지금의 북한산성을 6개월 만에 완성한 조선 숙종의 업적......

행궁 터, 산성수비와 관리를 담당하는 군사들의 건물터, 식량과 무기를 보관하던 창고 터 등 승병들의 거주했던 사찰 터에도 기와조각과 탑, 비석 들이 널브러져 무수한 이야기들이 산성에 맴돌고 있다.

국립공원북한산관리소 직원인 박종삼 씨는 “북한산성 답사를 하면서 성안 내부를 제대로 보려면 1개월은 잡아야 된다고 한다. 산등성이 또는 계곡 구석구석에 수많은 유물들이 묻혀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대학 때 사진을 전공했지만 산악부에서 활동한 것이 직업과 연관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북한산성문화사업팀은 “경기도, 고양시, 경기문화재단 등 3개 기관이 모여 조직을 만들었다. 앞으로 북한산성을 자연, 역사, 인문환경이 잘 조화된 국내서 대표적인 문화명소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 고 했다. [데일리안 = 최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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