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못믿겠다"퇴짜...아시아나 매각 카드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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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못믿겠다"퇴짜...아시아나 매각 카드 불가피?
  • 이광수 기자
  • 승인 2019.04.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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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이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에 퇴짜를 놓으면서 사재출연과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금호 오너 일가가 추가로 내놓을 사재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알려졌고,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의 경우도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매각할 자산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시장성 차입금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과 MOU를 맺어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카드를 꺼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다음달 6일까지 한달 연장해 놓은 상태다.

◇채권단이 요구한 사재출연·유상증자 쉽지 않을 듯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의 자구계획 반려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한다. 자구계획이 사실상 박삼구 전 회장의 아내와 딸의 금호고속 지분만을 새로 담보로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 차입금은 약 4000억원 수준이지만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시장성 차입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649%(연결 재무제표)까지 치솟았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만 600억원 규모다.

금호그룹은 전날 산업은행에 5000억원 지원을 요청하는 대신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을 전량 담보로 제공하고, 3년 동안 경영정상화를 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해 협조하겠다고 제안했다. 박삼구 전 회장 일가는 금호산업 지분 45.3%를 보유한 금호고속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과 그 아들인 박세창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42.7%)은 과거 금호타이어 장기차입을 위해 채권단에 이미 담보로 제공됐다. 박 회장의 부인 지분(3.08%)과 딸의 지분(1.71%)만 새로 담보로 제공하는 수준이다. 금호고속은 비상장회사이기에 정확한 지분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지만, 200억원을 넘지 않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금호 측의 자구계획은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고 했다. 이미 대주주 일가는 주식을 담보로 잡힌 만큼 추가로 처분 가능한 사재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금호 측이 과거 교보생명처럼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해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이 해결책 중 하나로 거론된다.

◇금호그룹, 아시아나항공 매각 카드 꺼낼까

다만 재무적 투자자들이 경영 미참여를 조건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알 수 없다. 또 규제가 많은 항공운송사업인 만큼 추후 투자금 회수가 까다로울 수도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자산 매각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시아나항공 외 보유한 지분 장부가액은 금호티앤아이(20%), 고덕뉴스테이(24.83%) 등 약 297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금호 측이 제시한 3년이라는 경영정상화 기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시장 신뢰를 얻을 방법은 매각 외엔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금호 측이 제시한 경영 정상화 기간(3년)은 경영권 유지를 위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많다.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호그룹은 지난 30년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과연 3년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또 "박삼구 회장이 물러난다고 해놓고, 아들이 경영한다면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산은 관계자도 "3년 유예기간은 많이 길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자구계획에서 상환의지를 보지 못했다"며 "금호 측도 한 번에 자구계획이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호그룹이 시간을 길게 끌긴 어렵고,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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