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민통선평화교회목사 “기무사 문건은 내란”

[지뉴스데일리=박귀성 기자] 기무사 문건이 내란음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무사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고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순방 기간동안 이를 보고 받고 독립수사처를 운용해서 철저히 수사하라고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지시를 내렸지만, “국군 관련 사건을 군이 수사한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는 시민사회단체 주장도 제기됐다.

자주평화통일운동가 이적 민통선 평화교회 목사는 11일 오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무사 문건 사건은 정말 끔찍한 내란음모”라면서 “탄핵이 조금만 늦었어도 나는 물론이고 광장(광화문 광장 촛불혁명 당시)에 모인 ‘박근혜퇴진운동긴급국민행동’에 연대했던 시민사회단체 1000여 대표들은 광화문에서 모여 있었는데 탁핵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치를 떨었다.

전두환 내란범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5.18민주화운동 탄압을 위한 대규모 학살과 삼청교육대 학살을 일삼을 당시 가장 피해자이자 산 증인인 이적 목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기무사문건은 민중에 대한 대규모 학살을 자행하겠다는 계획서이고,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국민을 대거 학살한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제 아비의 군사쿠데타를 그대로 답습하려했던 것”이라고 격분했다.

이적 목사는 이에 더 나아가 “기무사 문건이 보도됐을 때 어떤 판단이 있었느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난 죽었을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하면서 “생각해보면 과거 전두환의 12.12쿠데타와 바를 바가 전혀 없는 쿠데타 시나리오였다”고 판단했다.

이적 목사는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수사처를 신설해서 조사하라고 한 지시에 대해선 긍정적인가, 사건의 진상이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보느냐?”라고 묻자 “절대 안 믿는다”라면서 “그간 군이 군을 조사해서 무엇하나 명확한 게 있는가? 그동안 군부대 내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죄다 은폐 축소되거나 유야무야 됐다. 이걸 국민이 믿을 수 있겠나?”라고 독립수사처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적 목사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이번 기무사 문건 사태에 대해 투명하고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진상조사 방법은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엔 “있다. 우선 국회 차원에서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 또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하는데, 이건 독립수사처와는 별개다”라면서 “수사는 군이 아닌 검찰과 민간 법률가와 전문가가 합동으로 참여하는 민관 수사기구가 구성돼서 조사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적 목사는 다시 “송영무 국방 장관 자신이 군 출신이고, 군대 지휘체계라는 게 상명하복의 특수한 구조인데 군이 군을 조사해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다? 이건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라면서 “문재인 정부 차원에서 하는 독립수사처니까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지, 기무사 문건은 그냥 넘어가서는 절대 안되는 중대 사안이고, 그 관련자들을 철저히 발본색원해서 ‘내란음모죄’를 적용해서 반드시 사형을 시켜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역설했다.

이적 목사는 이에 더 나아가 “만일 기무사 문건 사건을 철저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향후 또 다시 과거와 같은 군사쿠데타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본다. 군사쿠데타를 묵인해주고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이승만에서 박정희로, 전두환으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학살당한 게 아닌가?”라고 역설했다.

이적 목사의 이런 주장이 대두됨과 동시에 한 진보성향의 언론매체에선 “송영무 국방 ‘기무사 계엄령 문건’ 알고도 뭉갰다”라는 제하의 기사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당 매체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을 보고받고도, 수사 지시 등 후속조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또 청와대가 군 검찰을 통한 수사를 요구했지만,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며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군 독립수사단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및 세월호 유족 사찰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있은 현안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독립수사단은 “국방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해당매체와의 통화에서 “송영무 장관은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아 문건의 존재를 포함해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군 검찰을 통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와대는 송영무 장관에게 군 검찰의 수사를 요청했지만 송영무 장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송영무 장관이 기무사의 위수령·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과 관련해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탓인지 수사 앞에서 머뭇거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 중에 긴급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선 “(청와대 참모진들이) 사안이 갖고 있는 위중한 심각성과 폭발력 등의 의견을 인도 현지에 있는 대통령께 보고를 드렸다”며 “(대통령이) 순방을 모두 마친 뒤에 돌아와 지시를 하면 지체된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이날 송영무 장관이 기무사 문건을 알게 된 시점이 3월 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진우 국방부 부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국방부가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을 언제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지난 3월 말경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당시 계엄령 문건 보고 등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그 부분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당시 국방부는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법리 검토를 했고, 기무사가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월권행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를 곧바로 공개하기보다는 기무사 개혁을 위한 판단 근거로 삼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또 당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 문건을 공개할 경우엔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송영무 장관은 발표문을 내고 “독립수사단의 수사 과정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법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기무사 문건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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